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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초대석] '여자 사람 검사' 발간… 서아람·박민희·김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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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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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생활 잠시 접고 평범한 ‘아기엄마’ 일상 담아” 


"옆집에 살고 있는 '여자 사람 검사'의 평범한 이야기를 전해 지금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 아빠 검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최근 '여자 사람 검사(드라마가 아닌 현실 검사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아람(35·변호사시험 2회·사진 왼쪽)·박민희(35·2회·사진 오른쪽)·김은수(필명) 검사는 "임관 9년차, 핏덩이 아기를 키우며 이제 막 초임을 졸업하는 단계에 올라온 지금 이 감정, 이 간절함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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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밤낮없이 사무실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사건 기록을 읽고, 관련자 등을 조사하고, 공판에 나서며 '검사'라는 이름을 달고 달려오던 이들은 육아휴직이라는 강제 쉼표에 맞닥뜨려 온전히 엄마로서의 시간을 마주했다. 그토록 바라왔던 아이들과의 시간이었는데도 일터에 대한 그리움, 육아고충 등 끊이지 않는 걱정 속에서 공통점이 많은 세 여검사는 단톡(카카오톡 단체 메시지)방을 통해 서로를 위로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암흑검사' 등 웹소설을 연재했다는 서 검사의 고백에, 박 검사는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보자"고 제안했고, 그녀들의 이야기는 6개월 만에 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쌍둥이를 출산한 지 5개월이 된 김 검사는 아이를 등에 업고, 박 검사는 혈기왕성한 어린 아들들이 모두 잠든 새벽시간을 이용해 책을 써내려갔다. 박 검사는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는데, 이 새벽에 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며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며, '아 내가 검사였지'라는 생각에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이라는 강제 쉼표 만나

온전히 엄마로


그간 책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비춰진 검사의 이미지는 거악을 척결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일 때가 많았다. 그런 까닭인지, 직장인 검사의 이야기는 출간 직후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SNS에 회자될 만큼 큰 이목을 끌었다. '책을 통해 검찰 안팎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 검사는 손사래를 치며 "내면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글로 오해 받을까 걱정했다"며 "우리는 그저 옆집에 사는 평범한 아기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일선 검사들의 녹록치 않은 업무, 격무와 병행해야 하는 엄마 검사들의 육아전쟁 등 보통 검사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겼다. '법과 연애하고, 사건과 결혼하겠다'는 당찬 포부의 초임 검사 시절부터, 어엿한 대한민국 검사로 자리잡기까지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 동료 검사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고교 시절 왕따를 당한 후 이성과 규칙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거짓말 무능력자로 '옳은 건 옳다, 그른 건 그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직업일 것 같아서, 로스쿨 검찰실무실습 시간에 만난 '찐검사' 때문에 검사 업무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는, 검사가 된 이유도 제각각이지만 어쩌다 검사가 된 그들 앞에 놓여진 것은 현실 그 자체였다. 아이의 분유값을 벌어보겠다고 중고매매 사기를 벌인 10대 피의자, 자신에게 벌금을 매겨 약식기소했다는 이유로 매일 아침 검찰청 앞에 찾아와 소리치는 민원인, 검찰 피의자 신문 당시에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180도 뒤집는 피의자 등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이었다.


일터에 대한 그리움·육아고충 등

진솔하게 서술


쉼 없이 달려오던 그들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 한 여성 검사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등졌다. 일도 육아도 슈퍼우먼 같았던 선배의 부고 소식에 박 검사는 "인생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허무하고 많이 허망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나이의 아들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둘째까지 임신했던 선배였기에, 아이를 둔 엄마의 투병이 어떤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검사는 "지금도 젊은 나이에 투병하고 있는 검사들이 많다. 그들이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검사 생활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며 "사실 검사라는 직업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2~3년에 한 번씩 부임지를 옮기며 한바탕 이사 전쟁을 치르고, 머리로는 알았지만 실제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고 정착에 대한 간절함이 생겼을 때의 감정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가치 있고 멋진 일을 한다는 생각에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그렇게 그들은 입을 모은다. 평생 검사로 살고싶다고. 서 검사는 "검사 일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고 그만두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신없는 분쟁 속에 갇히고 그 과정을 거쳐 사건을 해결하기까지 어딘가 중독적인 게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선·후배, 동료 검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행복한 검사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래 이 생활을 버텼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 법률신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