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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윤준호 기자]의 기사 스쿨존 누워 휴대전화… 학생들 위험천만 '민식이법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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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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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3850193


운전자 놀라게 하려는 의도 추정

교통법에 벌금·구류 등 규정 불구

연령 낮고 경범죄 해당 실효 없어

학교·가정서 위험 행위 금지 교육

전문가들 차 조심 안전의식 강조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 누워 있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안전 문제와 처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시행된 스쿨존 내 사망·상해 등 위중한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악용하는 속칭 ‘민식이법 놀이’다. 학생들의 이 같은 행태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교통안전교육 강화 외에는 뾰족한 제지 방안이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천만 지난 27일 도로 위에 드러누운 청소년 2명의 사진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생들이 횡단보도에 드러누운 사진 2장이 올라와 많은 시민의 눈을 의심케 했다. 한 사진은 충남 서산 호수공원 근처에서 촬영된 것으로 교차로 한가운데 드러누운 10대 학생 두 명의 모습이 촬영됐다. 또 다른 사진 속에서는 학생 2명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에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나란히 누워 휴대전화를 만지는 모습이 담겼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사진 속 상황과 관련된 접수 신고는 없었지만, 교육 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청소년들은 서산 지역 한 중학교 1학년생으로 “별 이유 없이 행동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교통에 방해되는 방법으로 눕거나 앉거나 서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 법무법인 SC 서아람 변호사는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소년법 적용을 받는 연령대이거나 아예 형사사건 접수가 불가능한 10세 미만인 경우도 있다”며 “경범죄 수준이라 실무상 (경찰이) 단속하거나 입건하지 않아 (관련 법령이)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세웅 현승진 변호사도 “범칙금 부과 등 적극적인 조처가 어려운데 (민식이법 놀이가) 소수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경찰 관계자 역시 “자해 공갈에 이르지 않는 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학교와 보호자 통보 후 훈방 조치뿐”이라고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식이법 놀이를 접한 어린이들이 재미 삼아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일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울산 한 초등학교 교사 남모(27)씨는 “지난 3월 학교 근처에서 남학생 2명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놀랐다며 학부모가 학교로 전화한 일이 있었다”며 “학교에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알림장 공지로 학부모들도 가정에서 민식이법 놀이의 위험성을 교육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어린이들은 장난치면서도 당연히 차가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보행자는 교통약자이고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 전방주시 태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철저히 차를 조심하는 안전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특히 야간에 주취자가 도로 위에 누워 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앞으로 일부 스쿨존 내 제한속도도 상향되는 만큼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논란이 민식이법으로 옮겨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이름을 ‘민식이법 놀이’라고 붙이는 것부터 조심스럽다”며 “민식이법 이전에도 어린이들이 도로에서 장난치는 일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물론 위험한 일인 만큼 교통안전교육이 강화돼야겠지만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고 만든 법이 위협받아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