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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사] 의사 파업, 면허증 아무도 못 뺏는다고? [서아람의변호사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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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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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egye.com/newsView/20240303511173?OutUrl=naver




의대 증원 계획에 집단행동
업무정지명령 위반만으로
면허정지 가능, 취소는 못해
꼬인 의정 갈등 잘 해결돼야



정부가 발표한 필수 의료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이른바 ‘의료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끊임없이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변호사로서의 직업병인지, 댓글 중에서 특정한 것들이 눈에 띄곤 합니다. “의약분업 때도 의사들 구속하니까 항복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정부가 면허 취소해도 행정 소송하면 의사가 무조건 이긴다”, “파업 아니고 사직이라 면허 박탈 못한다”, “파업 아니고 사직했어도 환자 방치해서 사망했으면 치사죄가 되고, 병원과 의사 둘 다 손해배상책임 생긴다. 직무유기로 형사처벌 받으니 면허도 취소된다” 등의 댓글들입니다. 정답은 뭘까요? 행정기관에서 집단행동을 이유로 의사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법적 근거가 있을까요?

의료법 59조 1항에서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 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2항에서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휴업, 폐업으로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3항에서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뭐가 ‘중대한 위해’, ‘필요한 지도와 명령’, ‘정당한 사유’인지 일일이 정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9000여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지만 수리되진 않았고, 8000여명이 근무지를 떠났습니다. 일부 전공의들이 돌아오거나 비공식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다수는 부재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에게 문자나 우편, 자택 방문, 병원 문서 발송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일부 전공의들은 문자를 보지 않고 전화를 안 받는 방식으로 송달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개정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병원에 문서를 보내는 방식도 효력이 있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에 명령문을 공개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한 것으로 보는 공시송달 제도도 있어, 송달을 못 받았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의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게 가능할까요? 우선 ‘면허정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것만으로도 법령상 가능합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3개월 면허정지’를 내리겠다고 경고했지요. 석 달 쉬면 되지 그게 무슨 불이익이냐고요?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에 따라 최소 2년10개월 또는 3년10개월의 근무 기간을 채워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는데, 3개월간 근무하지 못하면 수련 일정 전체가 1년 이상 미뤄질 수 있습니다. 또한 면허정지 사유는 기록에 남기 때문에, 해외 취업 등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면허취소’는 단순히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것만으로는 할 수 없고, 의사가 형사 고소 또는 고발당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여기서 ‘금고 이상의 형’이란, 감옥에 실제로 들어가게 되는 금고, 징역 또는 금고나 징역의 집행유예 및 선고유예까지를 말합니다. ‘의사가 면허를 잃어도 금방 따면 그만이다’라는 댓글도 종종 보이는데, 면허 자체가 부정 발급이 아닌 한 재교부를 받을 수 있는 건 맞지만, 보건복지부의 심의위원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의사 집단행동이 구속당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사유가 될까요? 업무개시명령 위반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실질적으로 이 혐의만으로 집행유예나 실형처럼 중한 형이 나오긴 어렵습니다. 또한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이탈한 것은 ‘진료 거부’가 아니라는 논리로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 죄명이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가 된 것인데요. 이들이 전공의들에게 병원 업무를 방해하라고 지시하거나, 업무방해를 도왔다는 뜻입니다.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시작되어 사업 운영에 심각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 파업도 형법상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은 ‘지시에 따라 진료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개개인의 결정에 따라 사직서를 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밖에 ‘업무상과실치상’, ‘업무상과실치사’죄나 ‘공정거래법상 담합’,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얘기가 나오는데요. 파업의 강제성, 집단행동과 환자의 건강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에서 현실적으로 입증이 상당히 힘든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에서 의료 제도를 둘러싼 의사들의 파업이 있었지만, 선례가 될 만한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누구 하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저도 집단행동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2015년 정부의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안이 발표되었을 때,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집단 자퇴서 제출에 함께했던 것인데요. 솔직히 말해, 그때의 저는 무서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로스쿨인데, 혹시 자퇴서가 수리되어 버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습니다. 법대 졸업생으로서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갔고요. 동시에 사법시험 합격생과 로스쿨 졸업생들이 뒤섞여 시장에 나올 때의 살벌한 경쟁도 걱정됐습니다. 혼란과 불안으로 뒤범벅되었던 그 추운 겨울날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환자를 두고 떠나야 하는 의사들도, 타협점을 찾으려는 정부도, 아프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는 국민도, 어느 하나 마음 편한 사람이 없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다시 찾아올 봄날을 간절히 기다려 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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