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사건 기소유예 성공 사례와 ‘정당방위, 정당행위’ 변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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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9-05본문
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여동생을 성추행한 가해자를 응징한 오빠의 이야기를 다룬‘연합뉴스’기사]
여동생에게 치근덕거리는 중년 남성을 응징하려다가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사건,뉴스 보도로 보신 적 있으실까요?
다행히 위 사건은 자유형(실형/ 감옥 가는 것)의 집행유예가 아니라,자세히 읽어보면 ‘벌금형의 집행유예’라서,상당히 관대한 판결이 내려지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왜 저게 정당방위가 아니냐?”면서 의아하다는 댓글을 달았는데요.
실제로 사건 상담을 하거나 의뢰를 받다 보면, “정당방위니까 불송치나 무혐의 받게 해주세요, 무죄 받게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정당방위/정당행위는 거의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정당방위/정당행위를 언급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다가 오히려 벌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걸 굳이 벌을 받게 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됩니다.
오늘은 정당방위를 주장하시던 의뢰인 분의 사건을 검토한 후 정당방위가 아닌 기소유예 받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여,
적극적인 양형 변론을 함으로써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낸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정당방위/정당행위가 인정되는 요건도 간단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요즘 정말 심각한 문제, 바로 층간 소음이죠. 오늘 사건의 의뢰인은 중년 남성으로서 층간 소음으로 인해 아파트 이웃과 분쟁을 겪던 중, 상대방이 큰소리를 치고 난동을 부리면서 아내에게 달려들려는 것을 제지하다가 오히려 폭행죄로 112신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대방이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서 죄명은 상해로 바뀌었고요.
가족 분들과 함께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신 의뢰인은, 처음에는 ‘정당방위’이므로 불송치 처분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다른 법무법인에서 수임상담을 하시면서 정당방위로 불송치가 가능하니 우리 사무실에 맡겨라, 이런 말도 몇 번 들으셨다고 하셨습니다.
2. 정당방위와 정당행위의 적용 요건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변호사 업계에서 일부 변호사들이 실제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데도 그 결과가 확실하다고 장담하거나 허세를 부리면서 사건을 무리하게 수임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몰라서 그럴 때도 있지만, 속으로 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수임료를 받기 위해서요.
무책임하게 결과를 장담하는 변호사일수록(“저와 함께 하시면 무조건 기소유예 받을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로 풀어드릴 수 있습니다!”), 나중에 장담한 대로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더 무책임한 대응을 보입니다. 의뢰인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판사나 검사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심한 경우 연락두절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무죄나 집행유예도 그렇지만,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인한 불송치/무혐의 또한 함부로 약속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다른 사람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행위)’, ‘정당행위(다른 사람의 공격이나 그 외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가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매우매우 좁습니다.
칼을 들이대는 강도에게 총을 쐈다고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건 미국 이야기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시는 것처럼,
1) 선빵(먼저 때리는 행위)을 날린 상대방을 나도 때린 행위,
2) 나를 때리는 상대방을 세게 밀치는 행위,
3) 때리는 상대방을 강하게 붙잡거나(멱살을 잡거나) (손이나 팔 등을) 잡아당기는 행위,
4) 날 휴대폰으로 찍는 사람의 휴대폰을 세게 잡아당겨 뺏는 행위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다 ‘폭행’ 아니면 ‘상해’가 인정된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실제 하급심 판례를 보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자신의 뺨을 때리는 상대방의 목을 잡고 강하게 밀친 것은 정당방어나 정당행위가 아님
-> 가령 누군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을 때 이를 단순히 ‘뿌리치기만’ 하는 것은 정당방어나 정당행위가 인정될 수도 있으나, 그 뿌리치는 강도도 중요합니다.
너무 세게 뿌리쳐서 상대방이 넘어져서 다칠 정도가 되었다면 정당방어나 정당행위의 범위에서는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 까다롭죠^^;;
-> 교회 예배를 방해하는 사람의 팔을 잡은 것도 정당행위로 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어깨와 팔을 붙잡아 이에 대해 세게 밀어 넘어뜨리는 것으로 방어했다면 이건 방어로 보지 않습니다.
-> 방해하거나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이를 위해서 적법한 법적 수단을 동원해야지, 물리력을 쓰면 안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3. 이 사건에서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2항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주장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극히 일부 가능한 경우가 있긴 하고 저도 정당방위로 불송치를 이끌어낸 적이 있습니다만, 정말 드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피해자가 상처 사진과 상해진단서를 제출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히 의뢰인이 원한다고 해서 무리한 정당방위/정당행위 주장을 했다가는,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기소유예의 가능성마저 차단되어 버리기에, 변호인으로서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다행히 이 사건의 의뢰인 분께서는 매우 합리적인 분이셔서, 정당방위/정당행위 주장은 하지 않고 대신 상대방의 침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여 기소유예로 방향을 잡자는 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우선 첫 번째, 경찰에서 진술할 방향을 면밀하게 코칭해드립니다.
두 번째, 녹취록과 녹음파일 등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여 상대방의 침해 상황을 생생히 입증하였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에서는 녹음파일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당사자 분이 녹음을 해두지 않으신 경우, 현장 CCTV나 이웃들의 진술 등을 수집해와서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 당시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 현장 배치도와 의뢰인의 아내분이 실제로 중병 환자임을 보여주는 진단서 등을 첨부하여, 피의자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미약하였고,
어디까지나 아픈 아내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구체적으로 의견서에 밝혀주었습니다.
3. 사건 결과
그렇게 하여 바로 어제, 사건 처분 결과가 나왔습니다!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이후, 검사실에서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입니다.
의뢰인 분께서 최초에 원하셨던 무혐의 주장을 혐의 인정 방향으로 바꾸면서, 혹시라도 벌금형이 나오면 어떡하나 내심 많이 조마조마했는데,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무리수의 변론은 의뢰인의 기분을 ‘잠시’ 좋게 해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 변호사의 냉정한 조언이 그때는 뼈가 아프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훨씬 약이 된다는 것,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기억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의뢰인 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팩폭을 날리는 변호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유익한 성공 사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