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방해 사건에서 정식재판청구로 벌금형을 선고유예로 바꾼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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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9-03본문
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사이트에서 수집해 돈을 받고 판 사람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선고유예는 문자 그대로 선고를 하지 않고 유예하겠다는 뜻으로, 형을 선고하되 그 집행만 유예하는 집행유예와 달리 전과로 남지 않고, 또 벌금형과 달리 실질적인 불이익도 없습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검찰은 반드시 항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외로 선고유예는 대부분 항소 포기를 하기도 하여, 의뢰인 중에는 오히려 ‘무죄’보다 ‘선고유예’를 받고 1심 단계에서 그냥 끝내버리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선고유예는 은근히 받기가 어려운데요.
오늘은 구약식 되어 벌금형을 받은 의뢰인을 도와 정식재판청구로 1심을 진행, 선고유예를 받은 성공 사례와, 선고유예를 받는 방법을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사건 개요
이 사건의 의뢰인은 20대 남성으로, 로스쿨생입니다. 사실 제가 로스쿨생을 의뢰인으로 맡은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첫 번째 의뢰인은 불송치, 두 번째 의뢰인은 무혐의, 세 번째 의뢰인은 선고유예로, 모두 결과가 좋았습니다^^). 로스쿨생이 경찰 수사를 받다니 의외라고요? 로스쿨생들은 대학생이 아니라 대학원생들이고, 사회 생활을 하다가 로스쿨에 들어간 사람들도 많다 보니 운전을 하다가, 아니면 술자리에서, 가끔은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교재를 사용하면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장차 판사, 검사, 아니면 대형로펌 변호사나 공공기관 취직을 희망하길 원하는 로스쿨생들이 많은 만큼, 벌금형 전과가 남는 것만큼은 일단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뢰인은 여자 친구와 함께 외식하러 간 자리에서 문제를 겪게 되었는데요. 예약 무단 취소 문제로 점주와 실랑이하던 중 큰 소리를 지르며 몸싸움하게 되었고, 업무방해 혐의로 112가 출동하게 된 것입니다.
의뢰인은 상대방이 먼저 반말과 폭언을 했으니 쌍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음성이 들어가지 않는 CCTV에는 의뢰인이 달려드는 모습만 찍혀 있고 상대방의 음성은 들어가지 않은 데다가, 법리적으로 일대일 대치 상황에서 ‘반말’과 ‘폭언’을 하는 것은 형법상 처벌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뢰인은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었고, 결국 구약식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해 벌금형을 선고유예로 바꿔 달라고 저희 사무실에 사건을 의뢰하시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기소유예, 집행유예는 많이 들어봤지만 선고유예는 조금 생소하시죠?
재판을 했으면 판결 선고가 당연히 나와야 하는데, 그냥 선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면소’, 즉, 공소가 아예 제기되지 않은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 바로 ‘선고유예’입니다. 법조인들은 ‘법원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공소사실이 일단 인정은 된다는 점에서 무죄보다는 한 단계 아래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 항소심이 열리지 않고 1심에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무죄 판결보다 더 빨리 끝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형의 양정에 관한 사항(형법 51조)을 참작하여 개전(改悛)의 정상이 현저하고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없는 자에 한하여 행할 수 있다(형법 59조 1항).
* 형을 병과할 경우에도 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형법 제59조 2항).
*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형법 60조).
* 선고유예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자격정지 이상의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된 때에는 유예한 형을 선고한다(형법 61조).
그러면 선고유예는 어떤 경우에 해주는 것일까요? 판례는 선고유예의 요건인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란, 반성의 정도를 포함하여 널리 형법 제51조가 규정하는 양형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볼 때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사정이 현저하게 기대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해석할 것이고, 이와 달리 여기서의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가 반드시 피고인이 죄를 깊이 뉘우치는 경우만을 뜻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거나,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지 않고 부인할 경우에는 언제나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재판부는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좋게 보지 않는 만큼, 실무적으로는,
1) 범죄사실이 상당히 경미하고,
2)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3) 피해자가 있는 범죄라면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피해를 전부 보상했고,
4) 피고인에게 선처를 해줄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선고유예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보통 1), 2), 3)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합의서 한 장, 반성문 한 장만 달랑 냈다가 선고유예가 나오지 않고 벌금만 깎여서 당황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사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체 판결 중 선고유예 판결은 0.7%입니다. 7%도 아니고 0.7%. 즉 1000건 중 7건만 선고유예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무죄 판결의 비율은 2%인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선고유예가 훨씬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검찰에서도, 법원에서도, 합의가 되었다고 선고유예를 주는 게 원칙이 아니고, 보통 벌금을 30~50% 깎아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선고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이 피고인은 꼭 용서해주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객관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도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면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1) 공소장이 실제 사실보다 훨씬 과장되었음을 입증하여 공소사실을 변경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60분간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되어 있었으나, CCTV상으로는 실제 신체 접촉까지 이어진 것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 부분만 있었습니다. 또한 수사기관에서는 CCTV 영상에 포착된 부분 외에도 피해자가 진술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 업무방해 시간을 60분으로 특정하였으나, 사건 당일 피고인의 통화기록, 카드결제내역을 종합해 보면 업무방해 시간은 10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60분과 10분의 차이는 큽니다. 10분 업무방해 사건은 재판장이 부담없이 선고유예를 할 수 있지만, 60분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을 정식재판 청구 단계부터 변론하였고,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2) 검찰 단계, 정식재판 청구단계, 공판 단계에서 3차례에 걸쳐 유의미한 양형자료들을 다양하게 제출
제가 항상 상담할 때마다, 또 성공사례에서도 설명드리는 부분인데, 양형자료는 네이버에 나오는 것처럼 1) 자필반성문 2) 탄원서 3) 헌혈증 4) 상장만 낸다고 끝이 아닙니다. 위와 같은 자료들은 그냥 누구나 내는 기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에 저런 것들을 낸다고 해서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피고인 개인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어, 어떤 자료를 내는 것이 피고인의 좋은 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가끔 어떤 자료는 역효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양형 자료는 함부로 내지 말고 변호인의 검토를 거치는 게 좋습니다. 가령, 우울증이나 조울증 진단서, 공황장애 진단서, ADHD나 분노조절장애 소견서를 내겠다고 가져오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요, 사건에 따라서는, 이런 진단서나 소견서가 ‘이 사람은 또 사고를 칠 수도 있겠구나.’하고 재범 가능성을 높게 보게 되는 근거가 되기도 하니 정말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로스쿨생인만큼 그동안 성실하게 학업에 전념해 온 점,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한 점, 진로를 확실히 정하고 준비를 해 왔음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를 포함하여 의견서를 준비하였습니다.
(3)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및 합의서, 처벌불원서 제출
동시에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하여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도 제출하였습니다. 공소사실이 변경된 사건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와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또한 로스쿨생이라는 피고인의 상황이 피해자 측에 혹시 노출될 경우, 이를 이유로 합의금을 대폭 높이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생각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야기가 수사관을 통해서건, 법원을 통해서건 절대 흘러가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였습니다(실제로 제가 검사로 있던 시절, 전치 2주의 경미한 상해를 입은 자전거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언론에 자주 나오는 고위 공무원이라는 것을 국선변호사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된 후 처음에는 50만원만 불렀던 합의금을 사흘만에 무려 3천만원으로 올렸던 사건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늘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합의를 수사 단계에서 곧바로 하지 못하고 공판 단계에서 하게 된 것에 대하여 재판부가 의문을 가질 수 있기에, 공판에서는 그런 부분을 변론으로 잘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 본인에게도 이런 부분을 포함하여 반성하는 모습을 좋은 인상으로 보여줄 수 있게 최후진술을 연습시켰습니다.
3. 사건 결과
0.7%만 받는다는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습니다! ㅎㅎ 이 사건을 제가 올해 초부터 진행해 왔고, 의뢰인의 어머님과 의뢰인과 단톡방을 만들어놓고 수시로 양형자료와 합의에 대한 얘기를 나눌 만큼 공을 들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벌금형 전과가 있으나마나한 별게 아닌 것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20년간 준비해온 미래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기에, ‘혹시나 선고유예가 안나오면’ 하는 생각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이 이 경험을 교훈 삼아, 사건 당사자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멋진 법조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