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피를 돈 주고 사 마시지 않습니다.

의뢰인 분들과 상담자분들이 이모티콘을 가득가득 보내주셔서, 저는 항상 이모티콘 부자랍니다 ㅎㅎ

(이거 마시고 힘내서 일하세요! 하시는데.. 아아 더 열일하라는 뜻이구나 하고 열일합니다!!)

꼭 정식으로 선임하는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신경쓰고 있고,

특히 방문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절 만나기 위해 멀리서 오시는 경우가 많아 (비행기 타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자료 검토도 미리 하고, 판례 리서치도 해두고, 가끔은 PPT까지 만들어 상담해드릴 정도로, 정말 열과 성을 쏟고 있습니다.

그 결과, 후기뿐만 아니라 개별 메시지로도 감사를 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그냥 자랑질(?)만 하고 가는 것은 영양가가 없으니,

오늘은 전화상담이나 방문 상담을 할 때,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아낼 수 있는 꿀팁을 몇 가지 소개하고 가겠습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적는, 변호사와 제대로 상담하는 법!! 

1. 무료 상담, 너무 저렴한 상담은 하지 말 것!

저도 가끔(사실은 굉장히 많이) 무료 상담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때마다 절대 응하지 않습니다. 지인들에게도 칼같이 돈을 받습니다. 50% 할인상담 같은 것도 특별한 이유가 없고서는 가급적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변호사도 결국 자영업자이거나 근로자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상담에는 성의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1) 별 내용 없이 무조건 어그로를 끌어서 수임을 유도하려고 하거나, 2) 상담자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무책임하고 영양가 없는 상담을 대충 하고 끝내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99% 이상입니다. 어차피 전화상담료는 정식 수임비용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하니, 이상한 데서 돈을 아끼지 마세요. (3만원 아끼자고 1만 5천 원에 상담하다가 그 1만 5천 원을 허투루 날려버리는 결과가..)

2. 한 명의 변호사와만 상담하지 말고 여러 명과 해볼 것!

저와 전화 상담을 하시다가, “정말 죄송하지만 다른 변호사님과도 상담해 봤는데요”, “실례지만 다른 분과 상담했을 때는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하면서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것처럼(!) 미안해하면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상담을 오는 모든 분들에게, 일단 사건이 어느 정도 중요성이 있다면, 최소한 5명과 전화상담을 해보고, 세 곳 이상의 로펌이나 법률사무소에 방문상담을 가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변호사 중에는 경찰 출신도 있고, 저처럼 검사 출신도 있고, 판사 출신도 있고, 대형 로펌 출신도 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스타일이 있습니다. 사건을 바라보는 방향과 관점도 다를 수 있습니다. 상담하거나 조언해주는 스타일도, 듣기 좋은 말을 해서 고객을 안심시켜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저처럼 뼈때리는 팩폭과 현실 조언을 일삼는 변호사도 있습니다(하지만 저 같은 스타일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사건이 잘 되려면 변호사의 실력과 경력, 전문 분야도 무척 중요하지만, 의뢰인과 변호사가 서로 잘 맞아야 합니다. ‘상성’을 봐야 한다는 것이죠. 변호사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영 싸가지 없고, 대화할 때마다 기분이 나빠진다면’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미안해하지 마시고, 최대한 많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3. 자료가 있는 사건이나 수임을 염두에 둔 사건은 방문 상담을 할 것!

가끔 전화상담을 하면서 영상이나 이미지, 문서에 대한 검토를 원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화로는 이걸 보여줄 수 없으니 15분 동안 그 내용을 읽으시거나, 입으로 묘사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가령 강제추행이라고 상대방은 주장하는데 나는 의도적인 접촉이 아니었던 그런 사건에서, CCTV가 있다면 그건 가장 핵심적인 증거인데 “대충 이렇게 찍혀 있어요~”만 듣고 판단을 해드릴 수는 없겠죠. 또 일반인이 보는 관점과 전문가가 보는 관점이 다르기도 하고요. 자료를 미리 보내줄 테니 검토하고 전화상담을 해달라고 하시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방문상담과 같은 요금이 책정되는 것으로 저는 정하고 있습니다. 방문상담만큼의,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제가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료가 있으신 경우에는 꼭 미리 말씀을 해주시거나, 아예 처음부터 내방해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4. 상담 시, 대표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가 나온다면 그곳은 버릴 것!

간판에는 검사 출신, 판사 출신, 서울대 출신, 어디 어디 방송에 나온 ‘대표 변호사 OOO’ 요란하게 홍보해놓고, 막상 상담을 받으러 가면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 나온다면 그곳에서는 상담을 받지 않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 경우 대표 변호사보다는 경력이든 경험이든 아무래도 조금 더 부족한 주니어 변호사나 어쏘 변호사가 나와서 상담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만일 수임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상담한 변호사와 실제로 사건 처리하는 변호사가 같은지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점! 그냥 순진하게 “지금 상담하시는 대표 변호사님이 직접 사건 처리해주시나요?”라고 질문하면 당연히 모든 로펌, 모든 법률사무소에서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아니라고 하지는 않지요. 그러니 나중에 말이 바뀌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아예 계약서에다가 “OOO 변호사가 사건을 직접 수행한다, 다른 변호사가 조사 과정이나 공판에 참여하지 않는다, OOO 변호사와 카카오톡이나 메일, 휴대폰으로 직접 소통한다” 등을 특약을 넣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시고,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다른 곳으로 가보시는 게 낫습니다.

5. 질문할 내용을 미리 적어 가고, 변호사의 답변은 메모하거나 녹음할 것

상담을 하다 보면, “어어, 그게 궁금했는데.. 잠시만요, 아, 진짜 중요한 거였는데, 뭐였지.”하면서 질문할 걸 잊어버려서 발을 동동 구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두서없이 물어보다가 한 질문을 또 하고, 또 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보내버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상담에서는 문자 그대로 시간이 돈!) 또, 변호사의 답을 들을 때도 그냥 멍~ 하니 들으시다가 나중에 다시 물어보시거나, 이해를 못하시거나, 그래서 또 같은 질문을 하시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저처럼 말이 빠른 변호사와 상담하시는 경우, 답변의 속도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드리고 싶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상담에 임하시기 전 질문해야 할 내용을 미리 텍스트로 정리해 두시고, 변호사의 답변을 들으실 때도 그냥 들으시지 말고, 미리 동의를 받으신 후 녹음하시거나, 컴퓨터 타이핑이 빠르신 분이라면 타이핑으로 메모를 하면서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

6. 상담이 끝나면 각 변호사의 장단점을 정리해서 비교 분석해둘 것

변호사 상담은 마치 소개팅과 비슷하여.. (ㅎㅎㅎ) 상담을 할 때 느껴졌던 것들이 여러 명을 만나다 보면 나중에는 다 비슷하게 뒤섞여 잘 기억이 안 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막상 정식 수임을 하려고 할 때는 누구를 골라야 할지 혼란스럽게 되죠. 그러니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을 하실 때 해당 변호사의 특징, 조언 방향, 걱정되는 점, 마음에 들었던 점을 엑셀이나 한글 파일로 일목요연하게 비교 분석하는 표를 만들어두시는 것을 권합니다. 전에 어떤 상담객 분이 이렇게 하시는 걸 보고 제가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담객 분은 민망하고 미안해하셨지만, 전혀 민망해할 것도 미안해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현명하고 야무진 처사입니다. 진짜 프로페셔널한 변호사라면 그런 비교에 기분 나빠해하거나 자존심 상해 하지 않으니, 소비자의자 의뢰인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형태의 사례를 적어봤는데요.

의뢰인과의 첫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화상담, 방문상담.

그 시간을 위해 돈을 지불하시는 의뢰인 분들이 아깝다고 느끼시지 않게, 저도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