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닉네임 모욕은 절대 고소 불가능? 인터넷 모욕 명예훼손은 어차피 벌금? NO! 닉네임 모욕 사건을 고소대리하여 구공판되게 한…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4-08-12본문
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여성 유튜버를 사이버 불링하여 구속된 사이버렉카를 시작으로,
최근 범죄행위를 자행한 인터넷 방송인들이 줄줄이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 방송으로 인하여 참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는데요.
렉카들이 구속되건 말건, 지금 이 시각에도 인터넷 방송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그 계정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름과 얼굴이 모두 알려진 유명 인플루언서나 방송인은
사이버불링을 당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고소할 수 있지만,
그냥 일반인들은 인터넷 방송이나 SNS계정에서 부당한 비난을 받더라도 고소를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아이디나 닉네임을 지칭해서 하는 모욕/명예훼손은 고소가 안 된다”,
“고소하면 무고로 역고소당한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아무리 고소해봤자 계속 벌금이다” 같은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너무 많이 퍼져 있어, 피해자들의 용기를 꺾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실명이 아닌 인터넷 닉네임만 적시된
인터넷 모욕/명예훼손 사건 고소대리에서
피의자를 모욕/명예훼손/업무방해로 송치시키고,
검찰 단계에서는 구공판(재판을 받는 것)시키는 데 성공하여,
고소인이 원했던 ‘엄벌’을 이끌어낸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 K님은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으로, SNS 방송을 하는 D양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K님은 D양의 방송을 종종 도와주었고, 다른 인터넷 방송인들과도 친분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중 한 방송인의 개인적인 부탁을 거절했다가 부당한 원망을 듣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방송인 P씨는 온라인 방송에서 많은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뢰인의 닉네임을 거론하며 욕설했는데, “유튜브는 중복 아이디 가입이 된다”, “어차피 닉네임이니까 고소 못 할 거다”, “뭘로 고소할 거냐”, “고소한다고 내가 변호사비를 갚아줄 것 같냐, 너만 손해다”, “뭐가 되더라도 벌금내면 그만이다”, “가게도 다 망하지 않았냐” 등등의 취지로 조롱하면서 방송 내내 매우 수위 높은 명예훼손과 모욕을 가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주변의 제보를 받아 해당 방송 채널에 접속하게 되었고, 몇 시간 동안 비난과 욕설에 시달리며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법률 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은 분노와 고통 속에 있었지만, 고소를 결심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봐도, 주변에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실명이 아니라 닉네임을 거론해서 얘기한 건 고소 못 한다”.
“네 방송에 들어와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자기 방송을 켜고 말한 건데, 너 아니고 다른 사람 얘기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다”
“네가 연예인도 아니고, 얼굴이 잘 알려진 것도 아니고”
“어쩌다 고소에 성공해도 벌금 백만 원만 내면 끝난다”.
누군가를 비방하고 욕설하는 ‘저격 방송’이 성공하면 벌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렉카나 저격 방송인들은 크게 신경 안 쓰고 계속 방송을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의뢰인이 가져온 방송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저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인터넷에는 잘못된 법률 정보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대로 믿으시면 안 됩니다.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한 명예훼손/모욕도, 처벌할 수 있는 예외가 있습니다.”
“모욕 벌금 전과가 여러 번 있는 사람이 재범을 하거나, 죄질이 심각하게 불량하면, 그것만으로도 구공판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드물지만 실형 사례도 분명 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기소, 두 번째 목표는 구공판. 그렇게 두 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의뢰인과 저는 함께 사건을 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아이디나 닉네임이 거의 제2의 이름처럼 사용되기도 하는, 한 사람이 하나의 닉네임으로 몇십 년씩 활동하면서 또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기도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디는 무조건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그건 불합리하겠죠. 그래서 우리 판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음과 같은 법리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 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를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나, 그 특정을 위하여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단, 위와 같이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보면 누구를 지목하는지 알 수 있다’라는 부분은, 사실상 고소인이 증거로써 입증해야 하는 게 현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을 수임하자마자 고소인에게 피해자 특정성/명예훼손의 허위성/피해 사실 등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알려주고 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이 참고인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참고인 진술서를 쓸 때 필요한 것들을 알려드리고, 참고인 진술서를 받을 수 있는 서식도 제공해 드렸습니다.
(단, 참고인 진술서의 내용을 지시한다거나 불러주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 참고인은 나중에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면 위증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객관적 사실을 증언해주어야 하는 사람이므로, 진술서는 참고인의 기억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좋고, 그게 신빙성도 있습니다. 참고로, 꼼꼼한 판사님들은 공판 과정에서 증인들에게 증언하게 된 경위나, 진술서를 쓴 방식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 중 비슷한 피해를 입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마 어떤 종류의 자료들이 피해자 특정을 입증할 자료가 되는지 그 부분이 매우 궁금하실 겁니다. 사실 이 자료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 모욕이나 명예훼손 사건이 일어난 상황 등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판례에서 비슷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1) 피해자를 닉네임으로 지칭한 명예훼손 글에 다시 댓글을 달면서 피해자가 떡볶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해당 글에 다시 해시태그를 달아 피해자가 운영하는 가게와 피해자가 하는 운동에 대한 정보를 암시하였으며, 피고인과 피해자를 공통으로 아는 사람들과 댓글에서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인가”, “맞아” 등의 대화를 나누어 피해자를 특정한 사건
2) 특정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자주 글을 올려왔고, 해당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도 생긴 사람에 대하여 닉네임으로 지칭하면서 모욕한 사건
등에서 피해자의 특정성이 인정되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증거자료가 다 적시되지 않는 부분이 아쉬운데요. 보통 저런 사실관계만으로 피해자의 특정성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1)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한다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것에 대한 증거(모임 게시물, 사진, 영상 등) 2) 서로 실명을 알고 실명을 부르면서 연락하는 것에 대한 증거(DM 메시지, 카카오톡, 저장된 연락처 내역 등) 3) 사건 게시물이 아닌 다른 게시물이나 댓글에 피해자의 신상이나 사진이 나온 증거 4) 네이버나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피해자의 닉네임이나 아이디를 검색했을 때 피해자의 실제 신상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 등이 있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주장하기가 쉬워집니다.
위와 같이 증거를 확실하게 다 모아둔 다음에, 고소장과 고소대리인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정보통신망법위반 명예훼손죄, 모욕죄, 그리고 피해자가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그 쇼핑몰에 대한 허위 비방도 방송 내용에 포함되었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까지 확실하게 성립했다는 부분을 사실적, 법리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욕설 방송으로 인하여 플랫폼에서 무수히 많이 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비슷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가해자에 대하여 엄벌이 필요하다는 점도 의견서를 통해 강조하였습니다.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 ‘보완수사요구’가 내려왔는데요. 보완수사요구는 문자 그대로 수사 내용 또는 법률적 판단에 다소 미진한 점이 있어 보완이 필요할 때 검사가 내리는 결정입니다. 이는 경찰이 불송치했을 때 검사가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하는 ‘재수사 요청’과는 용어도 내용도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그런데 가해자는 이걸 ‘혐의가 없어서 하는 재수사 결정’이라고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이제 나는 무혐의 받고 땡 치는 거다, 검사가 보기에도 특정성이 없어서 그렇다. 걔(고소인)는 이제 제출할 게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고소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방어에 성공했다.”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조롱하고 비웃는 2차 가해 방송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는, 기존 고소 내용에서 추가로 더 적용될 수 있는 죄명과 고소 사실에 관한 것이어서, 오히려 피해자, 즉 저희 의뢰인에게 유리한 내용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아직도 낼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해당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저희는 추가 증거와 추가 의견서, 진술서까지 제출하였고, 2차 가해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 그때그때 신속하게 알리면서 다시 한번 엄벌을 탄원했습니다. 수사 중에 이루어지는 추가 범죄나 2차 가해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우습게 여기는 것으로 보아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2차 가해나 추가 피해가 있는 경우, 할 수 있다면 즉각 추가 고소하고, 추가 고소하기 애매한 내용이라면 탄원서, 진술서 등을 통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이를 알려야만 합니다.
2차 피해 사실에 대한 인지가 이루어진 후, 검사실에서는 직접 전화로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주시고, 추가 가해에 대한 염려도 해주시는 등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사건은 보통 벌금형 처분이 나오기 때문에 구공판이 나올 가능성이 낮아, 처분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도 계속 탄원서를 제출하고 탄원 전화를 하면서 처분을 기다렸습니다.
3. 사건 결과
인터넷 방송에서 아이디나 닉네임을 얘기하거나, 초성을 얘기하거나, 아니면 아예 주어를 생략하고 말하면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고요?
인터넷에서 사람을 욕하는 건 끽해봐야 벌금밖에 안 나온다고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예외가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예외를 만드는 데 고소대리 변호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례를 통해 입증되어 매우 기쁩니다.
(참고로, 저는 검사 시절 일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한 명의 피해자를 괴롭히고 명예훼손한 피고인의 공판을 맡아 실형을 받게 한 경험도 있습니다. 아무리 모욕이나 명예훼손이라고 하더라도 그 피해가 막중하다면, 법원은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본 저도 도저히 이건 못 듣겠다, 속기를 맡기는 것 자체가 속기사 사무실에 너무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죄질이 매우 안 좋았던 사건이었고, 그만큼 피해자인 의뢰인의 고통이 컸었는데요. 구공판이라는 결과로 그간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되었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다음에도 또 좋은 내용의 성공사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사실 오늘 또 좋은 사건 결과가 하나 나와서 바로 성공사례를 써야 하는..). 더운 날씨에 모두가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