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벌 수위가 높은 범죄군을 꼽는다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바로 아청법위반이 아닐까요?

성인이 저지르면 거의 무조건 구속/실형, 합의를 안 하면 90% 이상의 확률로 실형, 미성년자의 경우에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구속/실형, 과장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아청법위반은 정말 죄질이 불량한 범죄이고 재판부에서도 극도로 안 좋은 시선으로 보기에, 변론하는 데 있어서도 방향을 잘 잡아야만 합니다.

전략을 잘못 짰다가는, 항소심에서 이른바 ‘올려치기’,

선고형이 1심보다 더 높아져버리는 상황도 올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1심에서 아청법위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으나, 2심에서 합의 없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매우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P군의 부모님이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신 것은 P군이 구속된 다음이었습니다. P군은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 어플에서 만난 초등학생과의 사이에 성적인 문제가 생겨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P군의 1심 변호사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합의를 안 해도 충분히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다.”라고 하면서 아주 간단한 변론만 해주었다고 합니다. P군의 부모님은 그래도 합의는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합의를 시도하였지만 피해아동의 가족들이 거부했고, 결국 공탁금을 거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러나 1심 판결 선고일, P군은 실형 선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구속까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공탁금 중 일부가 수령된 상태였기에 그 결과는 더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이토록 중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판결문을 보니 알 수 있었는데요, 원심법원의 판사님께서는 “인터넷이 활성화된 현대 사회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일단 제작하게 되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유포되거나 유출되기가 쉽고, 한 번 유포되거나 유출되었을 때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매우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문을 적으셨습니다.

P군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가 갑자기 구치소에 수감 되었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P군의 부모님은 많은 변호사들을 만나보고 많은 법무법인, 법률사무소들을 돌아보신 끝에 저희 사무실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죄명이나 사건에 비추어 볼 때 법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1심에서 합의가 쉽지 않았기에 2심에서도 어려울 수 있을 것이며, P군의 나이가 조금만 있으면 성년이라는 점에서 석방이 쉽지 않겠다고 현실적으로 말씀드리고, 대신 최선을 다해보겠다, 비슷한 사례에서의 성공 사례가 있으니 최대한 다양한 양형 변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며칠 동안 선임 여부를 고민하시던 P군의 부모님은 “누구누구 변호사는 100% 집행유예로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던데요.”라고 하셨고, 저는 그런 부모님께 “판결은 결국 판사가 하는 것이지 변호사가 하는 게 아닙니다. 또한 판사들 중에는 평균과 다른 양형 감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또 일부 판사들은 아청법 사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어떤 판사가 판결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100% 집행유예로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는 변호사는 엄밀히 말하면 사기를 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말은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씀드렸고, P군의 부모님은 고민 끝에 저와 함께 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의뢰인이 구치소에 있는 사건에서 가장 첫 단계는 언제나 같습니다. 구치소 접견입니다. 저는 구치소 접견을 가기 전 사건 기록을 열람 등사하여 샅샅이 읽어보고, 1심 변호인의 의견서도 읽어보았지만, 실형 및 법정구속이 이루어진 사건 치고 이 사건의 기록이나 의견서는 놀랄 만큼 짧고 가벼웠습니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 누구도 P군에게 ‘왜’, ‘어쩌다가’ 아청법위반 디지털 성범죄라는 엄청난 죄를 저지르기 되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공소장을 비롯해 그동안 축적된 서면들만 보면, P군은 그냥 초등학생에 대한 성적 욕망을 가진 아주 질 나쁘고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성범죄자처럼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접견을 하면서 P군으로부터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쭉 들었습니다. 의외로 P군은 문제아가 아니었고, 오히려 모범생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학업 스트레스가 P군을 비뚤어지게 만든 것이었을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P군은 저를 믿고 사건에 이르게 된 자세한 경위를 알려주었고, 저는 몇 년 전부터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해오던 ‘OOO’라는 앱이 이 모든 사건의 배경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OOO는 10대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앱인데, 이게 요즘은 변질되어 음란한 사진이나 문언을 올리고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P군 또한 해당 앱에서 발견한 ‘OO-XX 플레이’라는 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똑같이 흉내내보려고 하다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건 경위를 알게 된 저는 문제의 글 캡쳐를 포함하여 P군의 평소 성향과 범행에 이르게 된 경로를 자세히 보여주는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P군의 인성을 보여주는 다양하고 풍부한 양형자료들도 함께 첨부하였습니다.

<양형자료들을 전부 포함해 396페이지가 된 항소이유서 파일입니다. 참고로 1심 기록 전체보다 항소이유서 분량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걸 제출하기 위해 법원에 등기가 아닌 택배를 보내야 했는데요. 일반 형사사건에서 이렇게 많은 자료를 내냐면서 법원 실무관님이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이건 제가 부모님께 드린, 모아주셨으면 하는 양형자료 목록이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영업비밀이라 전부 가리긴 했지만 얼마나 많은지 보이시죠? 보통 당사자들은 양형자료를 아무거나 모으는 경우가 많은데, 변론 전략과 일치하도록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체계적으로 모아 제출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아청법위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에서 피해아동들 측이 합의를 강경하게 거부하였고, 심지어 2심에서는 아예 연락처를 바꾸고 바뀐 연락처를 어디에도 알려주지 아니하여 더 이상의 연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피해자 국선변호사님, 법원, 검찰 이 세 곳을 통해 어떻게든 피해아동들에게 합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고,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판 과정에서는 위와 같은 ‘피해자 인적사항 열람등사신청’을 통해 피해자와의 연락을 도모하게 됩니다>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양형변론, 그리고 공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은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는데요. 양형자료도 2차례에 걸쳐 추가 제출하고, 양형증인신문, 사실조회 신청, 그리고 공탁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최소화하면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변호사님을 믿고 있다’고 말해주는 P군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고 싶다, 학교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힘을 냈던 것 같습니다.

<사실조회나 제출명령신청은 피고인 측이 확보할 수 없는 자료가 있을 때 이를 확보하게 해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단, 마구잡이 식의, 신청은 절대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 양형변론을 위해 피고인신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고인신문은 공판검사의 혹독한 반대신문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공판검사일 때 맨날 그랬기 때문에..;;; 특히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양형증인을 내세워 신문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이제 공탁에 관한 것인데요. 공탁금이 얼마가 적정한가 하는 논의는 항상 있습니다. 1심에서 구속 및 실형이 나온 중한 사건이라면 아무래도 공탁금도 높아지는 게 맞고, 기본적으로 5천만 원 이상,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1억 원 이상은 공탁해야 하는 게 안전하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모든 의뢰인과 의뢰인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게 아니고 1억이라는 게 너무 큰 돈이기에, 이럴 때는 마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공탁해놓고, 해당 공탁금이 정말 최선을 다해 마련한 금액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던’ 이번 사건, 결과가 나오는 날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서 못 했을 정도로 저도 정말 진심이었는데요. 그 결과는..?

3. 사건 결과

저는 이날 다른 일정이 있어서 선고에는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P군 부모님과 선고 직전까지 카톡으로 소통을 했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기쁜 소식!

1심의 실형 판결을 파기하고, 2심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뀌는 것은 무죄 선고 못지않게 보람을 주지만, 여러 번의 집행유예 판결 중 이번이 가장 반갑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P군이 부모님과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을 P군이, 앞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기원합니다. 늘 써주었던 편지 정말 고마웠어요!!

그럼, 다음에도 또 좋은 내용의 성공사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