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인출책에 대하여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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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3-08-31본문
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할 신종 수법들까지 등장하면서 보이스피싱 건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는데요.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난다 =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이 늘어난다 = 피해 자금을 중간에서 처리해줄 사람도 늘어난다 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다시 말하면, 보이스피싱 본진뿐만 아니라 그 하위 조직원(일시적인 조직원)으로 쓰이는
인출책/ 송금책/ 전달책/ 계좌 모집책/ 계좌 개설책/ 유심개통책/ 유심전달책 등의 입건 수도 마찬가지로 늘어난다는 뜻이죠.
보이스피싱 하위 조직원들에 대한 형량은 정부 지침 및 대검찰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구속율과 실형 선고율도 급속히 높아졌는데요.
오늘은 바로 이 보이스피싱 인출책에 대하여 검찰 단계에서부터 기소를 막은,
3개가 병합된 사건에서 총 9개의 죄명에 대하여 전부 ‘무혐의’를 받아낸 대성공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은 50대 여성분으로, 평생 경찰서 한 번 들어가 본 적 없는 선량한 분이셨습니다. 세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고 등록금 부담이 생기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되셨고, 그러던 중 ‘변호사사무실’이라고 하면서 수금 업무를 해줄 직원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셨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죠?
두 달의 수습 기간 동안 사무실 출근 없이 외근하게 되고, 외근은 어느 정도 시간 조정이 가능하며, 수습 기간을 무사히 마치면 그때부터는 정규직 사무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에 의뢰인은 ‘입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서류 심사는 알바몬에 올려둔 이력서로 대체하고,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에 면접은 비대면 카톡 면접으로 진행한다는 말에, 의뢰인은 ‘비정규직 알바를 구하는 것이니 그렇게 할 수도 있나보다’ 하고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변호사사무실’에서는 한 건 당 몇천만 원씩 수 건의 ‘현금 수거 및 현금 송금, 현금 전달’ 업무를 시켰고, 의뢰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해당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그러다가 현금 전달 현장에서 잠복해 있던 경찰관에게 현행범 체포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에 구직글이나 이력서를 올리신 후 이런 형태의 문자나 카카오톡을 받게 되셨다면 무조건 조심하셔야 합니다!>
의뢰인 분은 1차 경찰 조사를 마치고 석방된 이후, 자녀분과 함께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보이스피싱 전문 변호사’를 찾으셨던 것이지요. 의뢰인 분은 보이스피싱 사례도 만힝 검색해보시고, 주변에서 이야기도 들으셨다면서, 재판과 유죄는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계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보이스피싱 전담 검사를 처음 시작했던 10여 년 전만 해도 보이스피싱 인출책/전달책/송금책에 대해서는 가끔 무혐의나 기소유예를 해주기도 했었고, 그 다음에는 전체적으로 기소하는 기조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4~5년 전까지는 거의 집행유예가 나왔고 종종 무죄가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최근 1~2년 전부터는 무죄 사례는 1년에 한 건 나올까말까 할 정도로 드물어졌고, 합의하지 않은 경우 초범에 대해서도 실형이 선고될 정도로 형량이 엄청나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이 사건은 처음부터 목표를 확고하게 잡고 시작했습니다. ‘구속’과 ‘실형’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이 가족이 있는 50대 여성분이고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인출 및 전달 횟수와 액수가 결코 적지 않아 구속의 위험성이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흔히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잘못 생각하는 게, “무죄 주장을 하려면 합의는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합의를 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되어버린다고들 생각하시죠. 하지만 보이스피싱에서는 1) 피해보상이 되지 않으면 검사나 판사로서도 선처를 해줄 수가 없고 2) 무죄 판결이나 무혐의를 쓰는데도 부담이 따릅니다(항소 및 항고가 반드시 들어올 것이므로) 3)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형사에서 무죄나 무혐의를 받더라도 그 이후에 민사소송에 시달리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민사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보이스피싱 인출책에 대하여 피해액 전액에 대한 보상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게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이스피싱 사건은 일단 무죄를 주장하면서(단, 증거관계에 따라서 공판 단계에 가서는 자백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합의를 병행하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은 1차 경찰 조사를 받으셨지만, 그 후에도 수 차례의 경찰 조사가 남아 있었습니다. 현금을 수거하고 전달한 지역마다 사건이 신고되다 보니, 전국 각지의 경찰서에서 개별적으로 여러 사건이 입건되어 수사 진행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1차 경찰 조사에서 의뢰인은 경찰관의 강압적인 신문과 유도 신문을 이기지 못하고 전부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했었기에, 이를 부인 취지로 바꾸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기존 자백 진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객관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미필적 고의가 없었음을 해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경찰 진술 전에 의견서를 미리 제출하여 진술 방향을 잡고, 의뢰인과의 충분한 사전 면담을 통해 유도신문과 강압신문에 넘어가지 않도록 훈련시켜 드리고, 조사 당일에는 제가 전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동석하여 잘못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조력하고 부적절한 질문은 차단하였습니다.
조사를 마친 경찰에서는 사건들을 전부 송치하였고, 검찰 단계에서 여러 사건들이 병합되었습니다. 송치 직후 저희는 또다시 의견서를 제출하였는데요. 부인하는 취지를 유인하면서 증거 자료들을 더 보강하고, 피의자에게 미필적 고의가 없는 이유를 항목별로 자세히 설명하였으며, 무죄 판례를 자세히 분석한 자료를 첨부해 ‘단순히 현금수거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미필적 고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무죄를 열심히 주장하였으니, 이제 합의를 해야 할 차례입니다. 우선 피해자들과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피해자들의 감정이 워낙 좋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합의고 보상이고 다 필요없으니 반드시 처벌해달라는 식이어서, 감정을 누그러뜨릴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검사실에 요청하여 모든 사건들을 형사조정에 회부하였습니다. 제 경험상, 감정이 좋지 않은 피해자들도 일단 공적 기관인 검찰청에서 제3자인 조정위원들을 마주하고 있다보면 조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사실, 피해자 입장에서도 별도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패소나 집행불능의 위험도 있는 민사 소송을 따로 하는 것보다는 형사 합의금으로 빠르게 보상받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합니다).
형사조정 당일에는 피의자와 피의자의 가족들, 저도 직접 참석하여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수 회의 조정기일을 거친 끝에, 정말 다행히도 모든 피해자들에 대하여 의뢰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합의금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3. 사건 결과
할 수 있는 모든 변론과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이제 기소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 합의를 다 했으니 불구속 공판 및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 거이라고 의뢰인은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기대를 훨씬 훨씬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병합된 여러 건에 대하여 전부 무혐의가 나온 것입니다!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지요.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게 유행하던 초기에는 인출책/송금책/전달책을 기소하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단 무조건 기소’가 원칙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이 결과에는 저도 너무도 놀랐고 기뻤습니다.
아마도 경찰이 찾아보지도 않았던 수십 개의 증거 자료들을 찾아서 제출하고, 미필적 고의가 없다는 근거를 열 개 이상 세분화하여 설명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기존의 무죄 판례들과 이 사안의 유사점, 기존의 유죄 판례들과 이 사건의 차이점을 종합하여 분석한 의견서를 낸 것을 담당 검사님께서 주의깊게 검토하고 반영해주신 결과인 것 같았습니다.
원래 통지결과 아래로 의뢰인 감사문자가 나와야 하는데.. 의뢰인 분이 전화로 너무 많이 우셔 가지고 따로 문자 연락을 드릴 경황이 없었네요^^;; “이제 정말 끝이에요?”, “저 정말 전과 안생기는 거에요?”, “돈도 더 안갚아도 되는 거에요?” 라고 몇 번이나 되물으며 감격하시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이 포스팅을 보시고 “아, 나도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것이니 나도 무혐의를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성공사례는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이고, 정말 많은 변론과 변호인의 조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되신 분들은, 꼭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보이스피싱 사건을 잘 아는 변호사와 상담하셔야 합니다.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