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맞학폭을 거는 게 유행처럼 되어가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진짜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도, 혹시나 맞학폭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신고나 고소를 꺼리는 상황까지 생겼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맞학폭의 위험에서 의뢰인을 보호하고, 가해학생들에게 응당한 학폭 처분이 내려지게 한 성공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A군입니다.

나이에 비해 무척 어른스럽고, 예의바르고, 그 또래 남학생답지 않게 욕을 싫어하고 학교 생활에 성실한 A군은 한마디로 ‘엄친아’이자 ‘모범생’이었는데요.

소위 말하는 ‘노는’ 남학생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딱부러지게 지적하는 A군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세 명의 남학생 B, C, D가 주동자가 되어 약 1년간 A군을 괴롭혀왔습니다. (욕하고, 뒷담화, 사이버불링하는 등)

A군의 부모님은 학교폭력신고를 할까 고민하셨지만, 어린 학생들이니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하는 정말 너그러운 마음에 반성문을 받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셨다고 하는데요.

한동안 잠잠하던 괴롭힘은 B, C, D 학생이 대여섯 명의 패거리들을 데리고 와 A군을 계단 방화벽, 화장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아파트 단지 구석으로 끌고 다니는 일로 번지게 되었는데요. 다행히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하여 A군이 중간에 도망쳐나올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집단 린치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큰 충격에 빠진 A군의 부모님께서는 저를 찾아오시게 되었는데요. 사실 A군의 부모님께선, 바로 이웃집에 사는 다른 학생이 학폭 신고를 했다가 억울하게 맞학폭이 걸려 고생하는 걸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가 1년 내내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심신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B, C, D에게 안 좋은 말로 대꾸한 적도 있었고, 학교에선 B, C, D를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지 다 해 줄 패거리 친구들이 많아 맞학폭이 걸리기 너무 쉬울 것 같다고 염려하시면서, 절차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진행해 아이가 역공격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이 사건은 처음부터 형사고소와 학폭 신고를 병행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A군이 당해온 것들을 보면, 폭행, 상해, 공동폭행, 모욕죄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있었고,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공동감금, 공동체포, 강요, 협박 등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대응안내 자료 작성 및 전달을 통해 학생과 부모님께 초기 증거수집에 힘써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교내전담기구의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의견을 진술하는 것 외에 상대방의 진술을 반박하는 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양 측이 합의 및 종결 의사가 없을 경우 사건은 학폭위로 심의 회부되는데요. 이제 이 단계에서 바로 변호사, 즉 대리인은 의견서를 내게 됩니다. 제가 쓰는 학폭위 의견서는 형사 재판에서 쓰는 변호인의견서나 변론요지서 급으로 매우 상세하고 전문적인데요. 각종 증거자료와 판례뿐만 아니라 비슷한 학폭 사건에 대한 기사나 논문, 지침들도 함께 첨부합니다. 특히 이 사건은 상대방 학생 두 명과 목격자로 나선 학생들 모두에 맞서 A군의 결백을 증명하고 피해사실을 입증하여야 했기에, 의견서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의견서만 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학생과 부모님이 학폭심의위에 가서 논리정연하게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상대방 학생들의 주장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시켜 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가해학생 측보다 오히려 피해학생 측이 진술을 엉망으로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요.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한 억울함, 분노, 고통이 앞서서 말도 제대로 못한 채 흥분하거나 울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 학생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머리가 새하얘져 제대로 된 반박을 못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자식이 폭력을 당했는데 심의위에서는 내 아이의 말을 믿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쁜 아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 아이를 추궁한다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아, 소리를 지르거나 우느라 심의위 진행조차 끝까지 못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심의위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설명해 드리고 그에 대한 현명한 답변 방향도 미리 제시해 드립니다. 

우선 저희가 신고한 사건에 대한 조치결과입니다.

사실 물리적인 폭행이 없는, 상해진단서가 없는 사건에서는 4호까지 받아낸다는게 매우 어려운 일인데요. 이번 사건에서는 가장 주동자 격이었던 B, C학생에게 4호 처분과 다른 처분들이 병행되어 결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