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혹시, 이 기사 보셨나요?

https://www.wikitree.co.kr/articles/905701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변작기를 택배 차에 싣고 다니고.

고시원이나 모텔에 심어두고, 논밭에 심어두는 것도 모자라,

이제 무인도에 갖다두기까지 한다는데요.

‘보이스’ 피싱,

문자 그대로 목소리로 하는 범죄인 만큼, 범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대포폰’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보이스피싱 하부 조직원’이라고 하면

통장 인출책, 현금 송금책이 대표적이었지만,

요즘은 대포폰의 번호를 바꿔주는 ‘중계책, 변작책’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요.

중계책, 변작책은 그 역할을 따지면 인출책, 송금책 못지 않게 중요하거나,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검거될 경우 구속율과 실형 선고율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 알바인 줄 알고 가담했다가,

뒤늦게 보이스피싱인 걸 알게 되신 분들이 놀라고 당황한 상태로 찾아오시게 되는데요.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수’입니다.

‘자수’는 반드시 처벌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수사를 일단 받아 혐의없음을 밝히는 데 이용될 수도 있는데요.

오늘은 바로 이 ‘자수’라는 방식을 통해 불송치 처분을 받는 데 성공한 중계책 알바 사건을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A군은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방학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구인구직 플랫폼에 이력서를 올려놓았다가 마케팅 업체 김과장이라는 사람의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김과장은 A군에게, 마케팅에 필요한 휴대폰 개통업무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라고 하면서 유심을 구매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어야 한다고 업무를 설명해주었는데요.

A군은 구매한 선불 유심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가끔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퀵서비스를 받아 다시 부쳐주는 일을 하다가, 업무에 쓰던 ‘업무용 폰’이 사용정지되었다는 통신사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이 문제가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A군에게 일을 시키던 일당들은 이미 연락이 두절된 후였고요.

당황하고 놀란 A군은 부모님과 함께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게 되었고, 부모님과 A군, 저는 신중히 상의한 끝에 그동안의 업무량을 봤을 때 보이스피싱 피해가 이미 여러 건 발생하여 수사 물망에 올랐을 것으로 판단, 변호인을 도움을 받아 자수를 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자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기 전에 먼저 자수하는 것입니다. 경찰서에서 이미 연락이 오고 나면 그때부터는 아무리 자수하고 싶다고 말해도 자수가 아닌 ‘검거’, ‘단속’, ‘소환’당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수임 직후 거의 하루 이틀만에 모든 자료를 다 정리해 자수서를 작성하고, 주말 오후에 제가 직접 경찰서로 가서 담당 수사관님과 면담을 한 후 자수서를 접수시켰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들여다봤을 때 법리적으로 불송치/무혐의를 주장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판단, 이 사건 자수가 모든 범행을 자백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고 1) 범행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제대로 수사를 받아보겠다 2)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 는 두 가지 뜻에서 이루어졌음을 수사관과의 면담을 통해 강력히 어필하고, 자수서에도 상세한 법리 검토를 넣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중계책이나 유심책의 경우 두 가지 큰 벽을 넘어야 하는데, 첫 번째는 보이스피싱 자체의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의율되는 것, 즉 사기나 사기방조로 의율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인데요, 보통 이 부분은 성립되므로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게 정석이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의 법리가 상당히 세심하여 가끔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담당 변호사의 꼼꼼한 체크가 필요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안타깝게도 이미 해당 번호들로 여러 건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루어진 상태였고, 수사기관에서는 입건유예는 불가능하다면서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피의자신문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당연히 피의자신문 과정에서도 제가 미리 사실관계를 정리해주고 조사 당일에도 동행하여 적극적으로 진술 조력을 하였습니다.

피의자신문이 끝난 후, 담당 경찰관은 사기나 사기방조는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또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방조로는 송치할 것임을 밝혔는데요. 이에 대하여 법리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이나 전기통신사업법위반방조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였지만 너무 긴 얘기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재차 이에 관하여 상세히 설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의견서에는 비슷한 사례에 대한 하급심 판례를 다수 첨부하여, 수사관으로 하여금 납득하고 결정을 바꾸기가 더 쉽도록 도우려고 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의 해석 범위를 넓히는 대법원 판례가 최근에 나온 것이 있어 수사기관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을 넓게 적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통신 관련 모든 행위에 무차별적으로 이를 적용할 수 없음을 지적한 부분입니다.

3. 사건 결과

저희의 법률적 주장이 받아들여져, 경찰에서 이미 입건한 범죄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불송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 많았던 A군과 부모님의 앞날에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며, 변작기 관련 사건으로 고민이 많으신 분들을 어떻게 도우면 될지 선례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기쁘고 보람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를 입으시거나 연루가 되신 분은 언제든 저를 찾아와주시면, 아낌없이 상세하고 유익한 조언 또는 조력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또 좋은 사례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