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최근에는 단순 성범죄보다 더 심각하고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형사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는데요.

보통 몰카라고 하면, 증거가 빼도 박도 못하게 있으니 처벌하기가 쉬울 거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카촬 사건만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사건이 또 없는데요.

저는 억울하게 기소당한 카촬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일도 하지만,

수사나 재판에서 ‘엄벌’ 또는 ‘가장 높은 합의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여성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해자 변호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죄명은 똑같은 카촬 사건이지만 한 사건은 피고인 변호인으로서,

또다른 사건은 피해자 변호인으로서, 각각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는데요.

먼저 피해자 변호 사건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피해자한테도 변호사가 필요해?”

“피해자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뭘 하지?”

“피해자 변호사가 있어서 달라지는 게 있나?”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

​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은 40대 여성분으로, 교제하던 남자친구에게 수 회에 걸쳐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당하였습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촬영 수법 자체가 워낙 교묘했기에 피해자 여성은 몰카가 찍힌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요. 뒤늦게 우연히 동영상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상대방에게 요구하여 동영상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유포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지울 수 없어 하루하루 불안과 공포에 떨다가 한참이 지난 후 뒤늦게 고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피의자는 수사 초기부터 강경하게 혐의를 부인하였습니다. 의뢰인과 평소에 합의하에 동영상 촬영을 해왔고, 심지어 의뢰인이 그걸 좋아하기까지 했다는 게 피의자의 주장이었는데요. 검찰에서는 고소인의 진술을 기반으로 사건을 구약식 벌금형 처분했지만, 피의자가 추가 증거를 연달아 내며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하자 결국 법원에서 사건을 통상회부(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기 전에 법원에서 먼저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절차)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 여성에게는 수사 단계부터 함께 해왔던 고소대리인 변호인이 있었지만, ‘피해자 변호인은 공판 단계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증인신문은 가서 알아서 잘 받고 오시라’는 식이었고,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 피해자분은 피해자 변호인을 교체하기로 하고 저희를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이 사건의 목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무죄를 막고(제가 11년간 검사로 있으면서 한 게 이것이죠.. 무죄와의 싸움!!), 둘째, 유죄가 나올 경우 집행유예를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애초에 검찰에서 벌금형 처분을 내린 사건이었기에(동영상이 발견 즉시 삭제되었다는 점과, 촬영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한 처분으로 보입니다) 유죄가 나오더라도 법원에서도 똑같이 벌금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가해자가 초범이었고 무엇보다 동영상의 수위를 현재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실형은 받을 수 없는 게 확실했고요. 그래서 벌금형보다 높은 집행유예를 받아내면서, 여기에 신상정보 등록명령을 함께 받아내 가해자에 대해 최대한의 응징을 하고자 했습니다.

우선 당장 예정된 피해자 증인신문을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피고인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증거 면에서는 피고인 쪽이 좀더 우세했기에, 피고인 변호인의 매우 치밀한 반대신문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인분께 검찰 측 주신문뿐만 아니라 피고인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 대해서도 예상질문을 전부 뽑아드리고, 피해자로서 살면서 처음 가 보는 법정이라는 살벌한 공간에서 긴장하거나 실수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답변할 수 있도록 세 차례에 걸쳐 사전 준비를 시켜 드렸습니다.

아래는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증인신문 가이드라인의 예시인데요. 

1) 예상질문 선정 2) 증인 스스로 답변 작성 3) 증인이 작성한 답변에 대한 검토 및 보완 4) 실제 상황과 최대한 비슷한 상황에서 진술 복습의 과정을 걸쳐 철저하게 반대신문을 대비하였습니다.

예상대로, 아니, 예상했던 것보다 증인신문 과정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사전에 재판부에 요청하여 피고인을 퇴정시키고 증인신문을 진행했지만, 그래도 성범죄 피해자에게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라고 하는 건 항상 가혹한 일입니다. 신문은 세 시간이 넘게 진행되었고, 거듭되는 신빙성 탄핵 질문에 피해자 여성은 탈진할 만큼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피해자 변호인은 증인석 바로 옆에 동석하면서 조력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에, 저는 증인의 옆자리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적절한 속도와 간격으로 증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중간중간 힘이 들면 휴식을 요청하고 휴식 시간에는 증인을 재정비시켜주는 등 “어떻게 해서든 피해자를 무너뜨리려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시도가 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증인신문은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었는데요.

증인신문이 끝나면 이제 피해자 변호사의 역할은 끝난 것일까요? 아니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대부분의 성범죄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대면하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증인신문을 제외한 공판 과정에는 나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재판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변론기일에 진행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신속하게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것도 피해자 변호인의 할 일입니다. 직원을 대신 참석시키는 로펌도 있지만, 그 경우 직원 분이 법률용어나 공판약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류가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저는 반드시 직접 참석합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미처 생각하거나 확보하지 못했던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찾아 추가 제출하고, 필요한 경우 그에 관해 사실적 또는 법률적 의견까지 제출하는 것 또한 피해자 변호인의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공판검사가 피해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공판검사는 건수로만 치면 한 달에도 천 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에 변호인만큼 신경을 써 주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이번 사건의 경우 기존에는 고작 ‘벌금형’으로 내려졌던 형량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의뢰인과 상의하여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탄원서에 들어가는 문구 하나하나를 전부 검토해드렸습니다.

공판 단계에서는 수사 단계에서와 다르게 피고인이 제출하는 변호인의견서나 양형자료를 전부 피해자가 열람할 수 있는데요. 이 사건 피고인의 경우 계속 무죄 주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를 탓하는 내용의 주장과 자료도 많이 내서, 피해자 변호인으로서는 피고인이 제출한 것들을 신속하게 열람등사해서 그때그때 반박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의뢰인도 그걸 원하셨고요. 열정과 성실함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미모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저희 대리님이 재판부를 열심히 들볶으신(?) 덕분에, 선고 바로 전날 제출한 자료까지도 저희는 전부 받아와서 반박할 수가 있었습니다.

3. 사건 결과

드디어 선고 당일! 사건 바로 전날까지도 피고인이 무죄 주장 의견과 양형 자료를 내면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서 과연 유죄가 나올지,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벌금형 이상이 나올지 매우 불안했었는데요..

 

유죄! 그리고 집행유예! 저희가 목표했던 두 가지가 전부 이루어졌습니다!

의뢰인 분도 너무너무 만족하셨고요,

이제 형사 사건 다음 단계인 민사소송에서도 저희와 함께 하실 예정이십니다.

포스팅 초반에 했던 질문에 대하여 보자면,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꼭 필요한가요?”

-> 있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건 변호사를 잘못 고르신 겁니다!)

사건에 따라서는 필수인 경우도 있고요.

특히 성범죄처럼 유무죄 다툼이 치열하고,

피해자의 태도에 따라 양형이 크게 달라지는 사건은 더욱 그렇습니다.

‘난 피해자니까 국가기관에서 알아서 해 줄 거야. 도와줄 거야.’ 라는 생각은 금물!

내 권리는 내가 찾는다는 생각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실력있는 변호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