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신청 성공한 강간 고소대리 사건 성공사례와 ‘성인지 감수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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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6-26본문
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강간 사건을 이의신청했던 것이
받아들여져서 보완수사결정이 내려졌는데요.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으로 인하여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사례였습니다.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것이,
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통하는
어떤 절대적인 무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냐’라고 하면서,
성인지 감수성 판례의 기조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판례의 정확한 취지는 그게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의신청 성공사례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성인지 감수성’ 법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승소할 수 있는지
간략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 J님은 20대 중반의 신입사원으로, 회사 동기와 연수를 갔다가 성범죄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서로 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정말 순수하게 직장 동료로 지내면서 연애상담도 하고, 남자친구와의 결혼계획에 대해서 상의도 했던 남사친이었기에, J님은 그날도 믿고서 연수 도중 자유 시간에 회사 동기와 같이 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요.
하필 그날은 유독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이었고, 술집이 생각보다 문을 빨리 닫아 어디서 2차를 할까 하다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모텔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가해자가 “저기서 2차를 할까?”라고 하기에 J님은 “아무리 그래도 저기는 좀 그렇다.”고 바로 거절했지만, “뭐 어떠냐, 술만 마실 거다. 왜 오버하느냐”라는 가해자의 말에, 들어가서 술만 잠깐 마시고 나오면 되겠다 싶어 함께 술과 안주를 사서 입실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객실로 들어간 가해자는 강압적으로 돌변했고, 결국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피해자 J님은 사건이 끝난 후 너무 힘들어 기절하듯 의식을 잃고 말았고, 깨어난 후 가해자와 함께 모텔 방을 나왔습니다. 자유 시간이 끝나고 빨리 회사 연수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 일단 한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연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회사 내에 추문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일단 티를 내지 않고 평소처럼 지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문제가 생기게 되었고, J님은 사건 발생 약 일주일 후 사내 신고를, 그 이후로 형사 고소를 추가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범행 내용을 거의 다 인정하고(“내가 덮쳤다”, “싫다고 하는데”, “뿌리치는데”, “몸에 올라가서” 등의 단어를 사용) 사과하는(“인간 같지 않은 짓을 했다”, “미안하다”, “반성하고 있다” 같은 문장을 사용) 가해자의 통화 녹취록(약 20분 분량)이 있었기에, J님은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로 증거 불충분 불송치 결정이 나온 것인데요. 불송치 결정이 나오자 가해자 쪽에서 오히려 ‘무고로 고소하겠다, 민사도 걸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를 압박하는 부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시던 J님은 기존에 고소대리인으로 삼았던 대형 법무법인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찾아오시게 되었고, 도저히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이의신청 진행과 무고 고소에 대한 방어, 민사소송에 대한 조력까지 전부 도와달라고 요청하시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통상적인 성범죄(공중밀집장소추행 등 일부 강제추행 범죄군을 제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CCTV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 등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진술+가해자의 명확한 자백이 있는 경우, 피해자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진술+(가해자가 부인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상당히 구체적인 간접 증거(ex. 사건 직후 도망나오는 피해자의 cctv 영상이라든가, 피해자가 제3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연락 내역이라든가, 피해자의 찢어진 옷이라든가,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진이라든가 등등)가 있는 경우 혐의가 인정되고 기소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다만, 고소 이전에는 혐의를 인정하고 미안하고 사과하던 가해자가, 막상 고소가 이루어지면 말을 싹 바꾸어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데요, 이 사건도 그러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이전에 했던 사과에 대해서도 보통 비슷하게 설명하는데요, “술에 취해 기억이 명확히 안 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고소하겠다고 하면서 추궁하니까 무서워서”,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사과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실은 전부 합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음을 주장하기 위하여 가해자들이 제출하는 증거도 대개 비슷한데요. 사건 전후로 피해자와 주고받은 (보통은 감정적으로 격하지 않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자료, 피해자와 함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신 카드 결제내역, 함께 택시를 탄 탑승내역, 사건이 모텔이나 호텔에서 이루어졌다면 강압적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함께 들어가는 입실 전 CCTV 영상 등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가해자는 사건 이후 피해자와 주고받은 단톡방이나 개인 카톡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출하면서, 피해자와 평소부터 서로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사이였고 이번에도 서로 자연스럽에 묵시적인 합의 하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자기 발로 가해자와 같이 모텔에 들어갔으니까, 사건 도중에나 사건 이후에 도망칠 수 있었는데 도망치지 않았으니까, 사건이 일어난 후에 곧바로 신고하거나 고소하지 않고 오히려 카카오톡까지 주고받았으니까,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다 라는 결론입니다.
누구는 논리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논리적인 흐름은 2018년에 나온 후 지금까지 판례의 선구적인 지침이 되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
어려운 말들이 많지만,
성인지 감수성 판례에 대하여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사건 이후의 상황을 가지고 ‘피해자답게 행동하지 않았으니까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함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2)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있거나,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도망가거나 신고할 수 없는 이유가 없었다면 그걸 고려해야 한다.
3)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 피해자 진술과 반대되는 피고인의 진술이 믿기 어려운 내용인 경우, 그게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있고, 피고인은 고소 이전에는 자백하고 사과했지만 고소 이후 이를 번복하였으므로(신빙성 떨어짐), 피해자 진술과 피고인의 일관성 없는 진술이 결합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피고인이 피해자와 상호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관한 증거로 피해자와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는 정황 증거들과 모텔에 함께 걸어들어간 증거를 제출했지만, 피고인과 친구로 가깝게 지냈다는 부분이나 ‘술만 마시기 위해’ 모텔로 함께 들어갔다는 점은 피해자도 처음부터 인정했던 부분이기에, 오직 그런 사전, 사후적 정황들만 들어서 객실에서 일어난 강압적인 행동에 ‘강제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을 법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이의 신청 과정에서는 이런 점들을 논리적으로 지적하였고, 아울러 당사자들의 주장이 대립되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거의 반드시 진행되는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조차 시행하지 않을 정도로 수사가 부실하였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였습니다.
3. 사건 결과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보완수사요구가 내려왔습니다!
이의 신청 결과,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제가 의뢰인과 나눈 위 카카오톡 대화에서 보실 수 있듯이, 검사는 보통 보완수사요구를 두 가지 취지에서 내립니다.
첫 번째는 대충 사건의 결론은 맞는 것 같은데 절차적, 형식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수사상 반드시 확인해야 할 뭔가를 확인하지 않은 게 있어 그 부분만 보완하고 다시 불송치하면 될 것 같아서. (이 경우 보완수사요구가 내려왔다고 기뻐하고 좋아했던 고소인은 두 번에 걸쳐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됩니다)
두 번째는 보완수사결과에 따라 결과를 아예 바꿔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든 고소인들이 이쪽이기를 바라겠지요)
이번 보완수사요구는 이의신청사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고, 고소대리인이 주장하는 예비적인 죄명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완수사가 이루어진 후 기소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 부분은 추후 또다른 성공사례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마음고생을 하신 의뢰인 분께 이번 결정이 진정한 위로이자 보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저 또한 이 사건이 더 좋은 결말을 맞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에도 또 유익한 내용의 성공사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