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에 비해 성범죄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고,

성범죄를 당한 후 고소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무고성 성범죄 고소에 대한 대응도 엄격해졌다는 것인데요.

요즘 남성분들은 성범죄 고소를 당하게 될 것을 대비해

미리 증거확보를 해 두는 습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시비가 걸릴 여지가 생기면

곧바로 변호사에게 상담하거나 조력을 구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아닌 남학생이나, 아동의 경우에는,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나 대처가 미숙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남학생이 여학생과 성범죄 관련 이슈로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억울한 처분이나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진짜 잘못했다면 엄격하게 처벌을 받고 징계를 받아야겠지만,

근거 없는 누명을 썼다면 이는 꼭 사실을 밝혀야겠죠.

오늘은 같은 반 여학생과 사소한 갈등이 생겼다가,

성범죄자가 될 뻔한 억울한 남학생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 부모님의 자녀인 D군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으로, 여태껏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고 성적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임원도 여러 번 할 정도로 매우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D군은 조별 활동 수행평가(맞습니다, 모든 갈등의 근원인 바로 그 조별활동.. 이런 것 좀 안 시키면 좋겠네요, 정말)를 하던 중, 몇 시간째 조별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있는 같은 조 여학생 E양의 팔을 손으로 살짝 치면서 놀리고 지적하는 듯한 말을 하게 되었는데요.

E양은 그날 방과 후 위클래스를 찾아가 D군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하였고, 곧바로 학교 경찰관에게 이 사실이 알려져 D군에 대한 학교 폭력 조사와 형사사건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D군의 부모님은 이대로 있다간 D군의 미래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러 로펌에서 법률상담을 받으시다가 저를 찾아오시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증거 확보라는 것은 일반 형사 사건 못지 않게 소년 사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형사 사건에서는 증거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셔도, 소년 사건이나 학폭 사건에서는 증거에 대한 생각을 별로 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건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당사자 분들에게 어떤어떤 자료가 유리한지,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모으는 과정에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고 해당 자료를 어떤 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자세히 브리핑해드리고, 아예 매뉴얼화 시켜서 드리고 있습니다. 명장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장수라고 해도 칼날이 부러진 검을 들고 싸우는데, 상대방은 기관총을 들고 와 난사한다면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겠죠? 의뢰인이 확보해서 주시는 증거들은, 변호사에게는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현장을 목격한 여러 명의 학생이 있었지만, 그 학생들이 고소인 학생과 피고소인 학생 모두와 친구였기 때문에,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진술해 주기가 곤란하다고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진술이나 진술서를 받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대신 최대한 D군의 입장과 당시 상황을 보여줄 만한 간접적인 정황 증거들을 다수 수집하여, 경찰 피의자신문이 실시되기 이전 미리 수사관에게 제출함으로써 D군에 대하여 부당한 편견이 생기는 것을 막고 사실은 이 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도왔습니다.

경찰 조사를 준비하는 일은 항상 힘들지만, 진술하는 당사자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배로 힘듭니다. 학생들은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인 언어로 차분하게 표현하기가 어렵고, 감정적이 되기도 하며, 또 무엇보다 경찰관에게서 상당한 공포와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형사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자기도 모르게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는 불리한 진술을 해 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학생의 곁에서 법적인 조력자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보호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성범죄가 죄명에 들어가 있다 보니 상당히 압박적인 신문, 또 약간의 유도신문이 이루어졌고, 그래서 변호사가 진술하는 형식으로 조서에 기재해줄 것을 요청한 후 일종의 변론 진술을 그때그때 하였습니다. 사건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린 배치도도 가지고 가서, 수사관님이 당시 교실 상황을 이해하시기 쉽게 도왔고, 피해 학생의 진술 중 일부 심히 과장된 부분이 있음을 소명했습니다.

가장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었고 강제추행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소명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수사관님께서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여주시고 어느 정도 수긍해 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찰에서는 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하면서 성범죄 죄명은 빼고 모욕만으로 송치하였고, 일단 가장 억울했던 성범죄 누명은 벗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심리 불개시 결정을 노리고 피해 학생 측과 합의를 시도하였으나, 피해 학생 측은 합의를 강경하게 거부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의 경우, 아무리 소년 사건이라고 해도 심리 불개시를 얻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재판부에서는 아무래도 피해자의 감정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심리가 개시되었고, 소년재판에서는 항상 그렇듯이 심리 전 교육이나, 심리 당일 학생과 부모님들이 어떤 식으로 진술하셔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사전 케어를 해드렸습니다. 또한 재판에서는 이 사건에서 D군이 한 발언이 법률상 모욕으로 보기에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점, D군의 모범적인 평소 성향과 선행들, 화목하고 모범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는 점, 합의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시도했음을 피력하여 최대한 가벼운 처분을 받아내기 위하여 노력했습니다. 법리와 양형에 관한 보조인 의견서도 여러 차례 제출하였습니다.

3. 사건 결과

소년재판 판사님은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셨지만, 변론 내용처럼 교화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재발 위험성이 없어 보인다고 하시면서, 가장 가벼운 처분인 1호 처분을 결정하셨습니다.

참고로 소년법에 규정된 1호 처분은, 소년의 부모님 또는 함께 살고 있는 보호자가 소년에게 감독과 교화를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부모님이 잘 살펴보시라, 잘 가르치라”라는 의미의 처분으로,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만일 성범죄까지 함께 재판을 받았다면 상당히 무거운 처분이 나왔을 것이라서, 성범죄에 대한 혐의가 빠진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이 연루되는 사건을 할 때마다 참 마음이 많이 쓰이고, 안타깝습니다. 이번 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D군과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결과였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도 유익한 성공사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