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폭 피해 사건에서 다수의 가해자들을 전부 소년부송치한 사례, 학폭 사건 고소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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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03-04본문
학폭 사건을 전담 분야로 해서 변호사 활동을 하다 보면,
사건을 처리하고 대리하는 방향에 있어서
교육청 학폭심의위 단계와 형사 사건으로의 수사 단계는
미묘하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간단히 해 보려고 하는데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동시에,
학부모님들이나 학생 당사자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그러나 변호사들이 잘 말해주진 않는 부분입니다.
우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즉, ‘학폭위’ 단계에서 변호사의 가장 큰 대항마는,
바로 “법리나 증거관계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감정이나 경험에 따라 대강 처분을 내리려고 하는
심의위원장과 위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문위원이 아닌 일반위원들은
학부모, 퇴직 교직원, 그 외 일반인들로 구성되므로,
법리나 증거 판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전문 위원이 아닌 일반 위원을 뽑아놓은 취지가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경험칙에 따라 판단하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폭 처분이 한 학생의 일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 변호사, 법률대리인으로서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알음알음 내려지는
그런 의사 결정을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성공 사례의 서두에 올려놓은 카톡 메시지 보이시죠?
저 사건 피해 학생의 경우에도,
고소장에 죄명이 무려 6개나 들어갈 만큼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육청 심의에서는 몇몇 위원들로부터
“그냥 친구끼리 있었던 일 아니냐”,
“좋게 얘기하고 끝난 거 아니냐”는 식으로
유도신문 및 2차 가해를 당했습니다.
제가 도중에 끼어들어 유도신문 중단을 요청하고,
학생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피해학생이 워낙 명석한데다 사전 연습을 미리 해두어
자신의 피해사실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그 자리에서
제대로 진술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못했거나 법률대리인이 없었다면,
아마 사건의 큰 부분이 ‘학폭아님’으로 날아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학폭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변호인(보조인)은,
학폭위원들의 미움을 사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법률 전문가로서 위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법률적인 부분이나 증거 판단 부분을 알기 쉽게 논증하고,
절차에 있어서 부당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예방하고 시정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변호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돈이 있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학생과,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학생 사이에
형평성이 없지 않냐고요?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는 국선변호사 제도처럼,
학폭위 단계에서도 모든 학생이 필요하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법리에 밝은 수사관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사건에서는 어떨까요?
여기서는 오히려 ‘안다’는 게 독이 됩니다.
소년 사건은 일반 형사 사건과는 다릅니다.
소년 재판 또한 일반 형사 재판과는 다릅니다.
소년범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가 이루어져 ‘판결이 선고’되고
‘형 집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하면 ‘처분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즉, 기소에 필요한 수준의 엄격한 ‘입증’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닙니다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이 입증 수준이 85~95% 수준이라고 하죠).
그렇기에 소년들이 당사자가 되는 학폭 사건은
증거가 반드시 완벽할 필요가 없고,
또 당사자들이 어리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하여,
증거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일대일 정량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진술’, ‘진술서’ 같은 인적 증거의 중요성은 낮게,
‘CCTV’, ‘사진’, ‘진단서’ 같은 물적 증거의 중요성은 크게 평가하고,
무엇보다 진술의 신빙성을 꼭 따져 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올바른 결론에 다다를 수가 있습니다.
이번 성공 사례의 형사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령 피해자는 단 한 명.
가해자는 다수일 때,
가해 학생들은 서로 아는 사이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 또한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피해자가 학폭 신고를 하자마자,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은 서로 진술 방향을 맞춰놓는 겁니다.
“피해자가 오히려 우리들을 때렸다”,
“우리는 때리지도 욕을 하지도 않았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경우 담당 수사관이 단순히
“7명의 진술이 1명의 진술보다 앞선다”고 평가해 버린다면,
집단 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은 단순히 구제를 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아가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고소대리인으로서 변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가해자들의 진술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
2) 가해자들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모순되거나 상충되는 게 있다는 점
3) 가해자들의 진술이 CCTV 캡쳐 등 객관적인 증거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
4) 가해자들의 상호 접촉으로 인하여 진술 오염이 일어났다는 점
5) 반면 피해 학생은 피해 사실에 대하여 사건 초기부터 매우 일관되고 신뢰성 있게 진술해 왔으며, 그 내용이 객관적 증거와 합치한다는 점
6) 피해 학생의 신고 이전에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에 대하여 그 어떤 문제 제기도 한 적이 없다는 점
7) 피해 학생이 가해학생들을 음해하거나 무고할 동기가 전혀 없다는 점
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수사관이 잘못된 사실인정을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즉, 단순히 ‘증거’만이 아니라 ‘상식과 경험칙’도
충분히 결론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요.
또한 가해학생들과는 상관이 없는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목격자라든가,
CCTV가 아닌 현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
수사기관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했더라도 확보하기 귀찮아 방치해두었던 증거들에 대하여,
서면 등으로 정식으로 확보 요청을 하여
피해자가 이길 수 있는 증거를 모으는 것도
고소대리인의 역할입니다.
정말 해야 하는 일이 많죠?
버거운 업무이고 목표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랜 사투 끝에
의뢰인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게 되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과 부모님의 앞날에 행복과 건강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성공사례로 찾아뵙겠습니다!